UN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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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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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이 학교도 영원히 안녕이구나. 시끄러운 교실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좋은 기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픈 건 아니였다. 나는 학교에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다시는 급식 못 먹는다니, 아쉽네 이제. 급식 맛있었는데. 이제 이 학교와는 영원히 작별이라는데, 하는 생각이 급식 생각이라니. 이제 어른이 되어도 나 여전하구나. 이대로 어른이 될 수는 있을까...


" 잠뜰~! "

탓. 누군가가 내 책상을 손으로 쳤다. 아, 누구야.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누군가를 보았다. 맨날 보는 교복 위에 초록색 후드를 입는, 공룡이었다. 공룡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작게 말을 내뱉었다.

" 아 무슨 일이긴~ ... 근데, 졸업인데 표정이 영 안 좋네? 무슨 일 있냐? "

"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그냥 작별이라니까 조금 아쉬워서. "

" 아쉬워? 그, 래, 서! "

공룡이 다시 요란하게 내 책상을 손으로 쾅 쳤다. 공룡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초롱초롱해졌다. 눈에서 빛 나오겠다 저러다가.

" 우리가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지~ "

" ..그게 뭔데? "

또 무슨 일 하려고 그러나.

" 우리 졸업식 끝나고 몇 주 뒤 여행갈거야. 어때? "

" 여행? 어디로? "

" 어디냐면... 아직 못 정했어. "

" 뭐야, 제대로 정하고 말해줘~ "

나는 피식 웃었다. 여행이라... 생각해보니 고3때는 너무 바빠서 여행 간 적이 한 번도 없네. 고3때는 공부에만 집중해야 하니까. 공룡과 대화하고 있으니, 걔네들이 왔다. 수현,라더,덕개,각별. 얘네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왔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얘네들이랑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만, 쓸데없는 짓만 안 하면 좋겠다. 항상 수학여행 때 자유를 찾는답시고 정해진 일정과 달리 다른 곳으로 몰래 이탈을 한다거나, 몰래 숙소에서 나와 밤바다를 본다던가... 못 말리는 애들이다, 정말.

" 그래서... 어디로 가고 싶은 곳 있어 잠뜰? "

각별이 말했다. 내가 가고 싶은 데가 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수현은 혼자 음,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고민 중이네. 이 겨울에 갈 만한 곳이 어디있을까. 덕개가 손뼉을 '탁' 치고는 말했다.

" 아, 내가 예전에 별보러 간 곳이 있는데, 그 곳 밤하늘 진짜 예쁘더라. 분위기도 있고. 어때? "

수현이 그 말을 듣고는 들뜨기 시작했다.

" 정말? 난 개인적으로 덕개가 말한 곳 가고 싶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

" 나도 좋은데? 거기 가자! "

라더도 기쁜듯 들떴다.

" 그래, 우리 까다로운 각별과 잠뜰의 생각은 어떠신가? "

공룡이 각별과 나에게 물었다.

" 나도 좋아. 잠뜰, 너는? "

각별이 묻자 나는 바로 대답했다.

" 나도 좋아! "

" 오케이, 그러면 결정~! 오늘 저녁에 단톡방 하나 만든다. 나가지 말고. 날짜 정해야 하니까! 알겠지? "

.. 아까 마음속에 남아있던 아쉬움은 온데간데없고, 여행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얘네들은 못말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 여행 가이드, 공룡님 등장~ "

" 가이드는 무슨, 빨리 기차나 타. 공룡. 너 지각이라고. "

" 아, 미안... "

공룡은 예상대로 지각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계획을 짰다. ...대부분 먹는 거였지만. 우리는 기차에 탑승하였다. 그러고서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들떴다. 우리 다 같이 사진부터 찍자. 예약해놓은 맛집 어디더라? 등의 잡담.
여행. 누구나 들으면 설렐 그 단어.
소중한 내 친구들과, 내 학교생활 마지막을 함께 해준 너희들과 여행을 떠나려하니 나도 잔뜩 설레고 행복했다. 예전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어색했었지. 어느샌가 친해진 너희를 보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뭐야 잠뜰 기분 좋은 일 있어? 갑자기 왜 웃어, 나도 웃자. "

각별이 그렇게 말했다.

" 아니, 그냥 너희랑 같이 간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그때 어색했던 너희가 맞나 싶다~ "

그러더니 다들 서로를 보고 웃음을 풉, 하고 터뜨렸다. 아하하하, 다들 웃기 시작했다. 기차 안 인걸 알아차린 라더가 쉿. 조용히 해. 라고 말했다. 우리도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꾹 다물었다. 오히려 나는 이런 모습이 우스워서 조그마하게 쿡쿡 웃었지만.
어느새 도착했다. 우리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기차역 안으로 향한다.

" 이제 여행 시작이다~ "

맑은 하늘을 보자니 기분이 더더욱 좋아진다. 그래, 이제 여행 시작이구나. 시끌벅적한 너희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별 것도 아닌 거에 금방 웃음을 터뜨린다. 아하하. 하고 웃는 우리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말 행복해 보이겠지.


우리는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추억을 하나둘 쌓아갔다. 그동안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제대로 가지 못했던 곳,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곳, 경치가 좋고 예쁜 곳...
이렇게 얘네들과 여행을 오니, 그동안 쌓인 무거운 짐들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 하는 내내 우리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게 청춘이려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새 낮의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어두운 검은색 하늘과 빛나는 별들과 달이 하늘을 수놓았다. 우리는 별을 보러 덕개가 말한 장소로 갔다. 덕개가 말한 곳은 한적하고 넓은 공원. 이 곳은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주변의 가로등을 모두 꺼놓았다. 그 덕분에 별이 정말 잘 보였지만. 밤하늘의 별들은 우리가 이 곳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하는 듯, 더더욱 밝게 빛났다. 예상에 없었던 별똥별쇼. 하늘에서 빛나는 별똥별들이 쏟아졌다. 우리는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한참의 정적 속 수현이 말했다.

" ... 정말 예쁘다.. "

" 그렇지? 예전에 왔을 때는 별똥별 안 떨어졌었는데. "

" 조금 춥긴한데, 뭐 괜찮아. 겉옷 더 가져오길 잘했네. "

각별이 겉옷을 입으며 말했다. 이때 공룡이 무엇인가 생각난 듯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아 깜짝아, 무슨 일이야. "

라더가 놀란 듯 움찔했다.

" 우리, 단체 사진 찍자. 이렇게 예쁜 곳인데 사진이 빠질 수 없잖아? "

공룡은 자신의 말을 끝내고 바로 삼각대와 카메라를 꺼냈다. 옆에서 각별과 내가 카메라 설치를 도와주고, 타이머를 맞추었다.

" 자자, 타이머 10초! 빨리빨리 포즈 준비~ "

우리들은 빠르게 모였고, 다 같이 포즈를 취했다. .. 물론 다들 생각이 다른 탓에.. 모두 다른 포즈를 취했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단체 사진의 묘미 아니겠어. 



" 우리 사진 엄청 잘 나왔다. 그치? "

덕개가 카메라 화면을 보며 말했다. 덕개의 말 그대로 작은 카메라 화면을 보니, 사진이 모두 선명하게 잘 나왔다.

" 와.. 공룡 못생겼어... "

각별이 툭, 내뱉었다.

" 와 각별... 못생겼어... "

공룡도 질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너네 둘 다 못생겼으니 조용히 해. "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그 둘은 바로 입을 꾸욱 닫았다. 쿡, 하고 내가 작게 웃었다. 우리들은 다시 웃었다. 별것도 아닌 거에 우리는 웃는다. 사춘기의 아이들 처럼, 우리는 작은 것에도 웃었다.
너희들이 있기에, 나는 웃는다.



" 워후 침대 푹신거려~! "

" 야 공룡... 내 방에서 나가라.. "

나는 이 악물고 말했다. 우리는 어디 한 번 돈 좀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호텔을 예약했다. 1인 1방. 물론 방은 1인실 정도의 크기. 돈 낭비인가 싶었지만 어른이 되었으니까 이 정도는 써봐야 하는 거 아닌가? 공룡은 멋쩍게 웃으며 내 방에서 나갔다.

" 잠뜰, 내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 말고~ 지각이면 고기 쏘기~ "

" 나는 알람 맞춰놓고 잘 거니까 네 걱정이나 하세요~ "

알겠어, 알겠어. 공룡은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 이제 진짜 휴식이다. 나는 씻고 나서 머리를 대충 말리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이불, 좋은 향기가 나는 배게. 이게 진짜 여행이지. 나는 하품을 했다. 씻고 나서 그런지 노곤노곤해서 졸리네. 나는 방의 불을 끄고 무드등을 킨 체로 다시 침대에 풀썩 누웠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눈앞이 깜깜해진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정리한다.
고요한 호텔 방, 어느새 나는 잠이 들었다.







나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 1학년. 우리는 모든 게 어색했다.

" ... 아, 안녕? "

너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흑발의 머리를 가지고, 머리를 묶은 너. 그리고 짙은 눈썹과 노란색의 눈.

" 어, 안녕.. "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잠깐의 정적. 이 어색한 공기를 참지 못하겠어서 나는 말을 꺼낸다.

" 나는 잠뜰이야, 너는? "

" 각별. "

" 그래, 반가워. 안 그래도 새 학기 짝꿍인데. 잘 지내보자. "

" .. 그래, "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그런지 너에게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러던 중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내 등을 콕콕 찌른다. 뒤를 돌아보니 갈색머리에 교복 안에 초록색 후드를 입은, 짙은 회색 눈의 네가 있었다.

" 안녕? 너 잠뜰이라고 했지? "

" 어, 응. "

딱 봐도 너는 활발하고 말이 많아 보였다.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각별과 나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너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이왕 한 학년을 같이 할 텐데, 친해지자! 난 공룡. 내 옆에 있는 애는 라더야! "

" .. 나까지..? "

붉은 머리를 가진 너는 당황스럽다는 듯 말했다.

" 그래, 너까지. 라더는 나랑 같은 중학교 나왔어. 아 맞다. 저기 앞에 수현이라는 애도 나랑 같은 중학교 나왔고. "

공룡은 혼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 발랄함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 나도 한 마디씩 말을 꺼냈다. 각별도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재밌는지 뒤로 돌은체 우리의 대화에 참여했다. 그때, 연한 갈색머리의 네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 다들 뭐가 그렇게 즐거워? 나도 끼워줘. "

" 덕개? 너 언제 다시 이사 온 거야? "

라더가 연갈색 머리의 너에게 아는 척을 했다.

" 그 동네 완전 별로여서 다시 이사 왔지. "

덕개... 나는 그 이름을 기억하려고 속으로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하여 이름을 외웠다.

" 야야, 내가 오늘 급식표 봤는데 엄청 맛없을 거 같거든? 우리 급식 대충 먹고 매점갈래? "

" 매점? 좋지! 각별이 너도 갈 거지? "

" 응? 당연하지. "

나의 물음에 각별이가 대답했다. 어느새 공룡은 수현의 옆에 가서 매점갈 거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멀리서 그래? 좋지! 공룡 네가 쏘는 거야? 라는 수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라더한테 얻어 먹을 건데? 라는 공룡의 목소리가 들인다. 라더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공룡 너가 사 먹어!! 하고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푸흐흐, 웃었다.

우리는 이렇게 친해졌다.
2학년 때는 반이 갈라졌지만 3학년 때는 어째서인지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나의 고등학교 생활, 마지막 학교 생활을 같이 했던 너희들과 이렇게 여행을 오다니.
어른이 되어도, 어느샌가 떨어질 날이 와도.
우리, 서로 안 잊을거지?

얘들아.
하고 조용히 중얼거리니 뒤에서 공룡이 나의 어깨에 툭 손을 올렸다.

" 불렀어? "

뒤를 돌아보니 너희들이 서있었다. 어른이 된 너희들이.

" 응, 혼잣말이야. "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다시 뒤를 돌아서 어디론가로 가려고 했다.

" ...야, 얘들아. "

너희들은 다시 뒤를 돌아본다.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계속 이렇게 있어줄거지? "

" 잠뜰 뭐 잘 못 먹었냐? 당연하지. "

너희의 대답에 나는 웃었다.
그래.
계속 있어줘.




삐비비비-
삐비비비-

알람소리에 나는 눈을 뜬다.

호텔 방.
휴대폰을 확인하니 9시 3분 이었다.
어.

지각이다.

나는 부랴부랴 준비하고 호텔 로비로 향했다.

" 잠뜰, 지각~ ...이 아니라 나도 동시에 왔네. "

공룡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이제 약속대로 둘이 고기 쏘는 거지? 잘 먹을게~ "

수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 아싸~ 잠뜰 공룡이 쏜다~ "

덕개는 신나보였다.

" 잘 먹을게. 나 많이 먹을거니까 지갑 조심해. "

각별이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 나도. 많이 먹을거야. 공룡 잠뜰 돈 많이 쓰겠네? ... 그러면 소고기로 변경. "

라더가 각별이 말을 끝내자 마자 웃으며 말했다.

이것들이 진짜,

" 소고기는 약속에 없었잖아! "
"소고기는 약속에 없었잖아! "





END

Written by. 초유리
Drawn by. 톳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