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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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Trip


내일 며칠이지? 12월 27일. 우리 내일 졸업하는거 진짜냐? 그럼 꿈이겠냐 ㅋㅋㅋ. 잠뜰과 각별이 야자시간에 제일 뒷자리에서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는 3학년 2반이다. 야 우리학교는 내일 졸업인 애들도 야자 하라고 남기냐. 진짜 웃긴 학교다 그치. 그러니깐 완전 인정. 내일 졸업하면 우리 어른이네. 그러게. 덕개와 공룡이 교탁 바로 앞자리에서 시끄럽게 투덜대며 떠들다 담당 쌤에게 한소리 들었다. 3학년 4반의 풍경이다. 너무 피곤해... 그럼 좀 자. 나중에 시간 되면 깨울게. 진짜지? 나 좀 잔다... 졸업날까지 달라진게 없냐 넌. 아직 아니잖아. 눈을 비비며 엎드린 수현과 책을 넘겨보는 라더다. 3학년 3반의 풍경이다.

둘둘둘씩 나눠진 여섯명, 이들은 친구이다. 반도 두명씩 떨어졌고 망할 학교때문에 막상 학교내에선 잘 보지 못해도 학교밖에서는 서로만한 친구가 없는 절친들. 이자 내일의 졸업생들. 내일 졸업식을 하면 바로 졸업처리되는 것이 이 학교의 규칙이라 내일부터 그들은 잠시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곧 대학생이 될 운명이다) 6명 중 그 누구도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라더도 소설책을 읽었다) 야자시간의 끝까지 모두 남아있다 학교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덕개와 공룡이 왜이리 늦게 나오냐고 나머지를 타박하자 니네가 일찍 나온거지~하고 일심동체로 놀리는 나머지들에 씨익씨익대는 것도 둘의 몫이고. 모두 같은 아파트에 살기에 향하는 길... ...추워서 그런지 정적만 이어지던 걸음길에서 수현이 말을 꺼낸다. 우리, 내일 졸업식 끝나고 바로 여행갈래? 갑자기 정해도 되냐? 그래도 나는 상관없음. 각별의 바로 덧붙여 말한다. 다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들이라 친구도 서로밖에 없고(..) 부모님들은 그런 이들이 간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해줄 것이였다. 결국 시간은 걸렸지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 그럼 오늘 캐리어에 1박 2일동안 쓸 짐을 다 챙기라고, 여행장소와 이동수단은 본인이 다 해놓겠으니 다녀와서 돈으로 걷겠다며 말한다. 그게 귀찮은 일임을 모두가 아니 그저 고개만 다들 끄덕인다. 졸업식 때문인지 졸업여행 때문인지 다들 이것저것이 든 캐리어와 함께 그날 잠을 설친다.

다음 날, 어쩐일로 모두들 8시에 일찍이 일어나 아파트 1층에서 모인다. 다들 한손에 캐리어를 질질 끌고 있는 채다. 그래도 잊은 사람은 없나보다? 장난스레 웃으며 얘기한 공룡이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취향이 들어나는 가지각색의 캐리어들과 학교로 향한다.

황수현이 어디로 알아왔을까? 걔라면 등산도 가능성있다. 미친, 나 그럼 캐리어 걔한테 던질래. 무어라 이야기하는 담임의 말은 무시하고 제일 뒷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각별과 잠뜰이다. 너 캐리어에 뭐 챙겼냐? 먹을거. 먹을거 뭐? 젤리랑 과자랑... 고맙다. 잘먹을게. 너 다 빼먹을려고 그러지. 공룡을 째려보는 덕개와 그런 덕개의 캐리어 쪽으로 손을 스멀스멀 뻗는 공룡이다. 가는데 얼마나 걸려? 한.. 두시간은 걸릴걸. 1박 2일이나 가는데 돈은 어디서 났냐. 부모님이 내주셨지. 아, 역시 그렇네.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라더와 기대된다-하고 덧붙인 수현이 맑은 바깥 하늘을 쳐다본다.

졸업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편의상 각자의 반에서 진행되었지만. 자리에서 나가서 졸업장을 받고 다시 자리에 앉는 것을 반의 모두가 하고 나자,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었고, 그 뒤엔 마지막이 될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러고나자 허무하게도 3년 학교생활의 끝이 찾아왔다. 약속이라도 한듯 다같이 교문에서 다시 캐리어와 함께 모인 여섯은 수현을 뒤따라 역 쪽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자 수현은 티켓을 뽑아오겠다며 타다닥 뛰어가더니 어느정도 뒤 티켓 6장과 주전부리들도 이것저것을 사서 돌아왔다. 이게 다 뭐야? 하는 나머지에 수현은 눈을 몇번 깜빡이더니 우리 타고 가는건 3명씩 주르륵 앉을 수 있는거라 다같이 마주보고 갈 때 먹고 가면 좋을거같아서 샀어. 근데 기차 오기까지 얼마 안남아서 우리 지금 뛰어야해. 뭐? 그걸 제일 처음 말했어야지! 하고 타박한 잠뜰이 캐리어를 잡고 승강장으로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도 다같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착하고 거의 30초.. 1분만에 들어오는 기차에 우리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하고 숨을 몰아쉬는 덕개였다. 기차에는 잠뜰각별공룡/수현라더덕개로 앉았다. 그러니깐 잠뜰과 수현, 각별과 라더, 공룡과 덕개가 의자를 돌려 마주보고 앉았다. (고증 신경 안씀) 기차는 곧 출발했고, 수현은 사온 것을 가운데 붙여진 테이블에 우수수 쏟아부었다. 이건 너가 쏘는거지? 응. 내가 이건 살테니깐 여행가서는 나 아무것도 돈 안쓸래. 짧은 공룡과 수현의 대화가 이어진 후에는 잠시 정적이였다. 다들 피곤했기에 잠을 자기도 했고, 몇몇은 노래를 들으며 바깥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야, 근데 우리 첫날은 숙소 들어가기전까지 교복입고 다니냐? 아마도. 갈아입을 수가 없잖아. 우리 졸업도 했는데... 졸업여행이니깐 그런거라고 쳐. 사진 많이 찍을 것도 아니고. 뭐?? 사진 많이 찍을건데! 맞아. 먹을거. 순서대로 각별, 잠뜰, 덕개, 라더, 수현, 공룡의 말이였다. 어쩔 수 없지...교복 입고 다녀야겠다 로 끝난 대화였다.

기차는 1시간 30분쯤을 달려 역에 도착했다. 정신 없어서 어디 가는건지도 방금까지 몰랐네. 도착했으니깐 알려줘. 여기 어디냐? 부산. 잠뜰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한 수현에 다들 놀랐지만 특히 공룡과 덕개는 더욱 놀랐다. 뭐?!! 부산?!!!!!!!! 대박 나 완전 오랜만에 와. 역시 고향공기가 좋다. 내리자마자 하는 공룡의 말에 덕개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는 고개를 절레절레저었다. 각별은 가장 마지막으로 내리는 수현에게 물었다. 왜 부산으로 정한건데? 그 말에 수현은 뜸을 들이며 한숨을 한번 내뱉고 입을 열었다.


이게 우리 마지막 여행이니깐. 다같이 하는.
빨리 가자, 애들 기다려. 각별아.

Written by. 신소하
Drawn by. 김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