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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차가 움직일때마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해는 쨍쨍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경치는 아주 절경이고. 완벽한 삼박자가 아닐 수 없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잠뜰은 지금 혼자 매우 만족하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덕개는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간다던 외국은 안 가고 제주도가 뭐야, 제주도가.”
“야, 제주도 무시하지 마라. 얼마나 예쁘니.”
“그래. 제주도 예뻐. 나도 제주도 좋아하는데 우리 계획은 이게 아니였잖아!”
“아, 그 비행기 추락했다더라.”
“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 또.”
“닥치고 창밖이나 구경해. 어? 저기 바다 봐봐.”
“바다? 왜? 뭔데?”
“파도가 이쁘게 치잖아.”
“뭐?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근데 우리 지금 몇시간째 차 타고 드라이브 하고 있는지 알아?”
“아니. 모르는데?”
“2시간이야. 2시간이라고! 2시간동안 좌석에 앉아서 창밖만 보고 있는게 얼마나 지루한지 알아? 누나는 운전하느라 재밌겠지만 난 아니라고.”
“아, 그랬어?”
“아, 누나! 나 놀리는거지.”
“아닌데?”
“근데 우리 노래 안 들어?”
“노래? 틀어봐.”
“뭐? 내가?”
“응. 니가요.”
“아, 그러고보니 내가 열심히 고른 플레이리스트 있는데 듣자. 어때?”
“이거 봐. 그래도 제주도 온다고 열심히 준비했고만.”
“그래도 여행은 좋으니까! 틀게.”

흘러나오는 노래는 또 기가막히게 잘 어울려서 뭐라 반박할 수도 없는 잠뜰. 제주도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빙하는 것이 잠뜰의 첫번째 제주도 버킷리스트였다. 잠뜰의 제주도 버킷리스트 존재를 아는 덕개는 사실 처음부터 제주도로 여행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주 작은 희망을 버리지 못 했을 뿐.

-

노래와 함께 한참을 달렸을까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밥은 근처 유명한 식당에서 해결한 뒤 밤바닷가로 나왔다. 아까 낮에 드라이브하면서 느꼈던 상쾌하면서 봄같은 바람이 아닌 약간 무거우면서 기분 좋은 겨울같은 바람이 잠뜰을 기분 좋게 만든다. 모래에 앉아있던 덕개는 홀로 걷는 잠뜰을 보고서는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잠뜰에게 다가갔다.

“누나. 뭐해?”
“뭐야, 언제 왔어?”
“방금. 근데 여기 해가 지니까 느낌이 색다르다. 나는 밤바다가 더 예쁜 거 같아. 오늘 달도 엄청 선명하고, 모양도 예쁘더라.”

밤바다. 마치 잠뜰의 눈동자를 보는 것 같다. 심오하다. 그래, 심오하다는 포현이 맞겠지. 보다보면 빨려들어갈듯이 검고, 또 검다. 밤바다와 달.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잠뜰은 바다와 달은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달은 항상 빛나고 있다. 가로등이 없어도 자신이 갈 길을 환하게 다 빛춰주고 있지 않는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밝게, 보다 더 밝고 환하게 빛춰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생각한다. 달. 사람들은 달이 밝고 환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우주에서 본 달은 전혀 노란빛을 띄지 않고, 빛나지도 않는다. 그냥 우주에 있는 하나의 별일 뿐이다. 달은 밤을 비춰준다. 밤에 혼자 있을 사람을 위해 두렵지 않도록 함께 밤을 지새준다. 밤은 어두울지라도 마음은 밝게, 밝다 못해 흰 색이 될때까지 지켜줄거다. 달은 밤바다를 예쁘게 비춰준다. 본디 주변이 어두워야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는 법. 이렇게 따지면 어두운 밤바다를 환한 달이 비춰줄때 최고로 멋진 순간을 맛볼 수 있다. 바다 표면에 비친 그 아름다운 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울 거다. 어두운 밤바다를 달이 환하게 비춰준다면 더이상 밤바다는 두렵지 않을것이다. 자신을 비춰준, 보듬어준 달이 있기에. 바다와 달. 오늘도 밤을 아름답게 해줄것이다.

Written by. 김시루
Drawn by.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