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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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졸업여행


우리 여행이나 갈까?




졸업을 기념하는 롤링페이퍼에 적힌 9글자로 시작된
우리들의 여행기!

- 모든것은 픽션이며, 실제 인물과 등장인물은 별개입니다.
- 잠뜰의 시점과 제 3자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됩니다.



야, 이거 누가 적은거야?

잠뜰이 3학년 6반의 롤링페이퍼라 부르는 판떼기를 툭툭 가리켰다. 점심시간, 그것도 시작된지 7분밖에 지나지 않아 모두 급식실이나 매점에서 허기를 채우고 있을 시간이었다. 잠뜰의 목소리가 6명밖에 남지 않은 교실에 울렸다.

" 나는 모른다~ "
" 나도. "
" 누가 적었냐? ㅋㅋ 쓴 사람이 여행비 대 주는거 어때? "

각별과 라더가 말을 끝내고나서, 공룡이 웃음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곧이어 수현이 푸스스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러나 대부분이 자리를 비워 글을 쓴 장본인이 6명 중 있을지도 모르는 교실에서, 또 졸지에 큰 돈을 혼자 내게 되어버린 사람이 순순히 나올리 없었다.

" 그걸 누가 나 롤링페이퍼에 여행가자고 쓴 사람이에요~ 돈 낼게요~ 하고 나와... "
" 뭐라고 덕개야~? "
" 어 별거 아니야~ "

덕개가 매점에서 사온 피자빵을 오물거리며 웅얼거렸다. 제 딴엔 혼잣말로 이야기한 말이 공룡의 귀에 흘러들어가 웃음 반, 짜증 반이 섞인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내 잠뜰이 웃으며 말했다.


" 어차피 반애들 귀찮다고 안 갈거거든? 그러니까 여행 같이 갈 공룡 덕개 라더 각별 수현 구함~ "
" 같이 갈 각별은 없음~ "
" 공룡도 없음~ 잠뜰이 안 내주면 안 감~ "
" 수현은 있음! "
" 가서 숙소에서만 뒹굴거려도 되면 나도 갈래~ "
" 나는 그럭저럭. 애들 다 간다고 하면 갈게 "

" 얘들아 너희가 잘못 알고 있는게 있는데... "
" 지금 이게 제안으로 들리니~? "

잠뜰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문 반면, 공룡과 각별은 더욱이 잠뜰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 했다.

" 아 나 실전활용 연습해야된다고~ "
" 쟨 무슨 공부에 저렇게 매달리냐? 잠뜰이 여행비 내주면 간다고~ "
" 아 골치아파... 그래 내가 대줄게 대줄게! 가자~ "

수현과 덕개가 빠르게 반발하는 소리가 잠뜰의 귀를 찔렀다. 딱 2명이 따지는 소리인데도 큰 교실을 가득 메웠다. 이내 라더의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더 큰 소리가 복도까지 퍼져 나갔지만.
잠뜰은 뒤죽박죽 섞인 고함소리들을 못 이겨 모두의 여행비를 책임 지기로 했다. 이후 곧 쏟아져나오는 함성과 찬양 소리를 뒤로 하고 매점으로 향한 잠뜰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여행 가자고 쓴건 아닌데...


-


그 이야기가 나오고 지긋지긋한 수업시간이 끝나고. 방과후에 나를 포함한 점심시간에 모인 6명이 빈 책상들에 모여 앉았다.
그런데 이것들이 계획을 짜자고 당차게 모여놓고 별 쓸모도없는 수다만 떨고 앉았다. 좀 얘기해보려고 하면 게임얘기, 좀 얘기해보려고 하면 매점얘기. 결국에는 내가 책상을 쾅, 쳐서 애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놓고 이를 꽉 깨물으면서 말했다. 이 시끄러운것들...
얘들아? 우리가 왜 모였을까?

말을 끝내고 간신히 웃어봤는데, 그게 더 무서웠나보다. 애들 표정이 더 굳었어?

어... 여행 계획 짜자고 불렀지...?
수다 떨던 애들중에 제일 시끄러웠던 공룡이 볼을 긁적였다. 아오... 다른 사람들도 아차, 하는 느낌이라서 더 짜증이 났다.

그럼 여행 계획만 짜자, 응?
이거봐, 따끔하게 한 마디하면 다 말 잘 들을거면서...


그래서, 여행은 어디로 갈건데?
여행비는... 내가 내기로 했고.
가서 할 활동은? 숙소랑 맛집 예약은 누가 할거야?

기본적으로 정해야할 것들을 빠르게 질문했더니 애들이 뇌 과부하가 걸렸나, 잠깐 조용해졌다. 각별을 시작으로 애들도 하나 둘씩 입을 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끝난 토의의 대답들은 이렇게 결정났다.
첫 번째, 여행은 국내. 당일치기로!
내가 생각하기엔 이 5명을 어떻게 감당하냐고, 이대로 해외 나갔다가는 100% 애 하나 어디다 잃어버리고 올거라고 강력하게 말한 덕분에 국내로 정해진것같다. 근데 진짜 해외나가면 하나 잃어버리고 올것같아...
두 번째, 모든 예약은 수현이.
수현이를 제외한 5명이 찬성했는데 '여행비를 잠뜰이 내게 되었으니 예약은 수현이 해야한다' , 라며 활동 계획까지 떠넘겨맡았다. 왜, 나 다음으로는 수현이가 제일 믿음직한가보지?

그 공룡이랑 덕개 각별. 그 세 자식들때문에 계획만 짜려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물론 학원 시작시간까지는 좀 남았지만. 아니 그러니까 거기서 왜 수다를 떨고있냐고... 여행비는 어떡하나, 걱정과 여행의 설렘을 가지고 일찍 학원으로 향했다.




-

드디어 기다리던 여행날.
상쾌한 아침에 유난히 달콤하게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 들리지 않는 알림소리.
알림소리?
...

망했다.
분명히 알람을 맞추고 잤는데, 하고 급하게 핸드폰을 보니까 전원이 아예 꺼져있었다. 미친, 미친 미친!!!
다급하게 핸드폰 전원을 켜고 옷을 먼저 갈아입었다. 전날밤에 뭣도 모르고 이거 입고가면 편하기도 편하고 예쁘겠지? 설레발 치면서 골라둔 옷이다. 그리고 빨리 빵이랑 우유를 꺼내서 입에 욱여넣었다. 맛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빨리 라는 단어만 떠올릴뿐.
그렇게 급하게 아침을 때우고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려댔다. 아이씨, 안 그래도 바쁜데! 짜증을 내면서 화면을 보니 라더의 전화가 와있었다. 전화를 받을까말까, 2초정도고민했다가 그냥 받았다. 그리고 속사포로 말을 뱉어내듯이 사과와 함께 현재 내 상태, 빨리 가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끊으려하는데 웃음소리와 라더가 기뻐하는소리, 덕개의 고함이 교차되어 들렸다. 뭐야, 나 끊는다! 하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는데 어리둥절했다. 빵과 우유를 다 먹고, 아니 먹기보다는 욱여넣고 헤어밴드와 머리끈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양치질, 세수를 하고 챙겨둔 짐을 낚아채다싶이 들어 신발을 급하게 신었다. 집을 나와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로 가다가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아, 지갑...
또. U턴으로 집에 그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전력질주해서 다시 지갑을 가져와 지하철을 탔다.
아무튼, 그래서 늦었다.

몇 분 후, 애들이 막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지하철역 계단에 뛰어올라와 두리번거리는 나와 라더의 눈이 마주쳤다. 라더와 옆에 있는 애들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서 땀을 닦으며말했다. 정공룡은? 아직 안 왔어?
수현이가 막 웃으면서 공룡은 아직 안 왔다며 오자마자 정공룡을 찾냐고 물었다. 정공룡 그 자식보다 늦으면 분명히 여행 내내 놀릴테니까! 한 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나서 정신을 좀 차렸는데 라더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고맙다고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어? 하고 아까 나한테 전화했을때랑 연관된 일이냐고 물었다.

수현이가 일단 들어보라며 내가 오는동안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 해프닝을 말해줬다. 썰 푸는 듯이.


" 일단... 학교 앞 큰 길에서, 아침 6시에 만나기로 제일 큰 소리로 떵떵거린 두 분을 제외한 4명이 먼저 와 투덜거렸습니다~
6시 12분, 내가 기다리다 기다리다... 진짜 기다리다못해 버럭 하고 짜증을 냈지. 다른 애들도 그냥 참고있던거 같더라고? "
" ㅎㅎㅎ. 화나신건 아니죠? "
" 화를! 아오... 아무튼. 라더가 잠뜰한테, 각별이 공룡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한 쪽에서 그... 연결소리가 끊기고 달칵 전화받는 소리가 들렸어. 긴장되는 순간! 라더랑 덕개가 내기를 했는데 라더는 잠뜰한테, 덕개는 공룡한테 걸었어. 덕개가 투자를 잘못한듯...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뭔가를 입에 가득 물고있는 잠뜰의 목소리였습니다~ "
" 어어... 하하하학!

급하게 말하고 얼른 끊어버렸는데 내기까지 했을줄은 몰랐다. 진짜 시끄럽게 웃음소리랑... 막 음질이 깨지도록 고함을 치는 소리, 기뻐하는소리가 귀를 때리는듯이 들리니까 정말 당황했다. 아, 나 오는동안에 재미있게 놀고 있었네~ 하고 웃었는데 라더가 먼저 전화를 받은게 나라서 진짜 다행이라고 했다. 뭐 내가 정공룡 이긴거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은 좀 좋네. 내가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않아서 공룡도 전화를 받았다는데, 비몽사몽하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고서야 일어난게 확 느껴졌다네. 그 얘기듣고 빵터졌잖아.. 공룡이 전화를 받고 상황파악을 하고서 얼른 준비하고 가겠다며 진짜 급하게 말하는데에 3초밖에 안 걸렸다고, 덕개가 화가 나다못해 어이가 없었다했다. 궁금증이 해소되고 웃음만이 터져나왔다.


시간이 더 지나고 저 멀리 버스 정류장에서 답지않게 체력 좋은 공룡이 꽤나 빨리 뛰어왔다. 맨날 먹고 게임하고 자기만 하는 애가 어떻게 그러지? 내가 뭐가 이렇게 늦었냐며 꾸짖었지만 핸드폰만 보던 각별이 화면을 돌려 내가 도착한 시간, 7시 9분을 보여주었다. 머쓱해하고있는데 어이가 없다는 공룡이 유치하게도 시비를 걸어왔다. 저 자식이... 한 마디하려다,
" 9분에 온 잠뜰이나! 23분에 온 공룡이나! 비등비등해! 싸우지말고 빨리 가기나 해 그냥! "
덕개가 호통치듯이 꾸짖었는데 평소같으면 덕개까지 뭐라 하면서 누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둘 다 잘못이 있어서... 서로 뭐라 할 말도 없어 뒷통수만 긁적이며 넘어갔다.





-

기차역, 내가 예측한 애들의 행동이 모두 들어맞았다.
지각한 사람이 몇 있어 계획보다 늦게 왔는데도 기차 시간이 꽤 남아 식사, 또는 군것질거리를 사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말이 나오자마자 공룡이랑 덕개는 들떠 방방 뛰었다. 먼저 다녀온다며 뛰어가자 라더와 수현이가 급하게 뒤따라갔다. 이것들, 내가 이럴줄 알았다. 니네 그러다가 여행 가서 밥 못 먹는다~! 이미 멀리 뛰어간 4명의 뒤에서 소리쳤다. 어휴, 한숨을 쉬고 각별에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하며 근처 식당을 찾았다.


슬슬 따뜻해지는 날씨에 몸이 노곤노곤해진다며 재잘댄다는 말이 어울리게 떠들고 들어간 곳은 평범한 분식집이었다. 떡볶이 1인분과 참치김밥 한 줄, 치즈김밥 한 줄을 시켜 나눠먹었다. 별 다를 것 없이 별로 매운맛으로 시키지도 않은 떡볶이를 잘 못 먹는 각별이 너무 웃겼다. 깔깔대듯이 웃으면서 맵찔이라 하니까 각별이 쳐웃지말라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훌쩍였다. 너무 웃겼다, 정말로...
이때 어디선가 자지러지는 소리가 바깥쪽에서 작게 들렸는데 워낙 시끄러운 곳이다보니 그런가보다, 싶었다.


한창 웃고 있는데 각별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데이터 안 꺼놨냐니까 안 꺼놨네, 아오... 라며 혼잣말을 하듯 답했다. 각별이 핸드폰을 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창가를 보고 빵 터졌다. 이 인간이 떡볶이가 너무 매워서 드디어 정신을 놨나? 싶었다가 각별이 보는 곳을 봤더니 공룡이 분식집 창문에 손을 대고 자지러지는 공룡이 보였다. 쟨 뭐야, 하고 웃음이 터졌는데 공룡이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각별이 매워하는 모습을 따라했다. 정말 너무너무웃겨갖고 한참 웃고나서 다 먹었으니까 나가자고 말하고 겉옷을 챙겼다. 각별은 알겠다며 남은 쿨피스를 원샷한 후 서둘러 계산했다. 공룡이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에게 떡볶이 맛있었냐며 너무 웃어 고인 눈물을 닦았다.



이후 기차 출발 20분 전. 기차 탑승구 앞 테이블에 모여 짐을 정리하는중에 덕개의 짐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늘어진 가방 속을 무심코 봤는데 인절미색의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한 시바견 인형이 너무 웃겨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덕개를 빼고 놀란 친구들에게 가방속의 인형을 집어들어 보여주고는 야, 귀엽다야! 이거 덕개가 사온거야~ 라고 말하면서 깔깔댔다. 왜 그리 웃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웃음만 자꾸 터졌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왁자지껄 웃는 친구들과 왜! 귀엽잖아! 취향 존중 안 해주냐?! 하고 인형을 끌어안는 덕개에게 인형 잘 샀다며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그로부터 30분 뒤, 6명은 각자의 짐을 챙기고 기차에 올랐다. 마주보는 세 명씩 앉는 좌석 한 쌍의 왼쪽엔 수현이, 덕개와 공룡이 앉았고 오른쪽엔 나머지 각별, 나, 라더가 앉았다.

" 덕개야 우린 잠만 자자 ㅎㅎ "
" 그래 우린 자자 ㅋㅋ"

덕개와 수현은 수면의 약속을 하고 각자 가져온 토끼 안대와 리트리버 안대를 꺼내들었다.

" 야 우린 신나게 놀자! "
" 그래, 야 우린 신나게 놀자~ 마지막 여행일수도 있는데 잠만 잔다? 개손해지~ "
" 근데 저기는 잘 잘 수 있을까? 바로 옆에 공룡이 있는데..? "

라더의 의구심이 담긴 한 마디에 푸하하, 그러네~ 공룡이 있는데 잘 수는 있어? 라며 웃었다.

" 아니, 아니 나 왜!! 야 내가 적어도 자는 사람은 안 건드린다! "
" 예예 그러시겠죠~ "
" 덕개야... 우리 어떡하냐 "
" 괜찮아! 나는 통로쪽이고 너가 가운데 공룡이 안쪽이니까 공룡이 나까지 건들기 어려울거야~ "
" 너 그게 무슨 말이야...? ㅎㅎ 나는 당해도 된다는거야? "
" 내가 당하는거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

수현의 어이없다는 듯한 공기 섞인 웃음이 나오고, 단 한 마디에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그 한마디는 모두가 경험해봤고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 자리 바꿔줄 때까지 소리질러버린다?! "

이내 자리를 바꾸라는 아우성이 일어났고,
" 어어 야야야야야 쟤 자리 바꿔줘라 쟤 여기서 충분히 소리 지르고도 남을 애야 "
" 덕개야 좀 바꿔줘라... 니가 안 바꿔주면 우리 다 내려야될지도 모른다, 소음공해로 "
" 야... 공룡아 너 평소 행실이 어땠으면 저 말까지 나오냐? "
" 아 왜 내 옆자리를 싫어해 나쁜것들아ㅜㅜㅜㅜㅜㅜㅜ "
졸지에 공룡은 모두가 옆 자리에 앉기 싫어하게되어 억울하다며 울상지었다.

" 아나... 왜 나한테만 그래!! 치트기때문에 바꿔준다... "
잠시 황당해하던 덕개는 바꿔줄 수 밖에 없는 치트키라며 자리를 바꿔주었다.

" 됐어... 공룡이 삐짐. "
" 야 쟤 삐졌잖아~! ㅎㅎㅋ "
" 아 삐돌이야!! 삐지지마... "
" 우리 어린이~ 여행인데 삐지지말고 재미있게 노는게 어떨까~? 삐지면 잠뜰이... "
나는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듯 말하다 어느샌가 챙겨둔 공룡의 젤리 봉지를 흔들었다. 젤리가 공룡에게 얼마나 소중한 군것질거리인지 잘 알고있었다.
그런 젤리봉지를 역에 두고 탈 뻔한 것을 내가 챙겨줬다. 착해 나~
" 이걸 절대 안 주고 혼자 다 먹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

" 아, 아 죄송해요ㅠㅠㅠㅠㅠ 안 삐질게요ㅜㅜㅠㅠㅠ "

그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그럼 이 봉지는 도착하고 기차에서 내려서 주겠다 하자 공룡은 자기가 고른 자기 젤리인데 왜 잠뜰이 압수를 하냐며,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며 역정을 냈다. 그 말을 듣자 어이가없는건 나라고, 그 돈을내가 줬지않냐며 웃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공룡과 라더는 주섬주섬 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대로 안대를 끼고 팔짱을 낀 채 잠들었고, 덕개는 이어폰과 핸드폰을 꺼내어 수면음악을 검색했다. 각별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뜰은 쿨피스를 그렇게 들이마셨는데 안 가는게 더 이상하다며 웃었다.
라더의 과자가 공룡에 의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을 때쯤. 절대 가만둘 리가 없는 공룡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잠든 덕개의 머리 위, 코허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과자를 올려놓으며 숨죽여 웃었다. 각별은 소리는 나지 않아도 시야 바깥쪽 언저리에서 들썩대는 공룡이 거슬려 고개를 들어보더니 덕개를 보고 프훅ㅎ, 소리를 시작으로 사레에 들렸다. 간신히 사레를 멈춘 후 작게 뭐하냐며 웃고는 잠뜰을 툭툭 치고는 덕개를 가리켰다.
" 진짜 나는... 공룡이의 머릿속을 알 수가 없어. " 라며 웃어댔다. 그 소리에 수현이 깼으나 눈을 뜨자마자 덕개를 가리키며 뒤집어지는 각별과 잠뜰, 다음으로 이들이 가리키는 덕개를 보고는 짜증이 날 새도 없이 숨 죽여 웃기 미션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런 난장판중 과자 아깝게 뭐하는 짓이냐며 덕개의 머리 위에 있던 과자를 집어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는 라더를 보며 나머지 4명은 더욱 자지러졌다.



종착역이자 친구들의 도착점인 역까지 가기에 꽤나 오래걸렸다. 기차가 갈래길을 지나고 여러 역을 스쳐가는동안에 공룡이 덕개와 수현에게 장난을 쳤고, 덕개는 버티지 못 하고 깨어났다. 그렇게 깨버린 덕개는 처음엔 공룡에게 불같이 화를 냈으나 공룡이 뇌물로 바친 감자칩이 덕개의 취향에 맞았기에 화는 금세 사그라들고 맛있다며 함소했다. 라더는 이 모습을 보며 참 단순하다 말하고는 하나남은 제 과자를 집어들었다.
각별은 가방에 챙겨온 필기구와 문제집을 꺼내 그 긴 시간동안 몇 십 쪽을 풀었다. 그런 각별을 보며 진짜 놀러와서도 공부를 하냐며 징글징글한 사람이라 말하는 잠뜰은 좋아하는 노래들을 담은 플레이 리스트를 눈만 감고 고개를 떨군 채로 감상했다. 간혹 공룡이 잠들었다고 생각해 장난을 치려고하면 나 안 잔다~ 라 말해 귀신같이 촉은 좋다, 생각 읽는 능력 있냐는 말을 듣고서 작게 웃은 잠뜰이 창 밖을 보고는 이제 거의 다 오지 않았냐며 물었다. 때 마침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오고 친구들은 주섬주섬 각자의 짐을 챙겼다. 각자 본인 짐을 챙기느라 그대로 자고있던 수현은 라더가 깨워주고, 슬슬 모두 짐을 챙겼을 때쯤 기차가 멈추고, 두고 내린 물건 없이 6명 모두 잘 하차했다.




-

역에서 숙소로 향했다. 기차에 타기 전부터 출출하다던 수현이는 역에서 15분거리 숙소를 걸어가면서도 배고프다며 징징거렸다.
" 아니 뭐 그럼... 기차 안에서 군것질이라도 하셨어야죠~ "
" 과자 안 먹고 잔 내 탓이다? ㅎ..하하하학! 진짜 어이가 없어요... "
공룡과 수현이가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는 다시 제 하던 일을 하며 걸어갔다. 공룡은 역에서 돌려받은 젤리 봉지를 소중히 들고 오물거렸고, 숙소를 직접 예약한 수현은 5명을 이끌며 숙소를 향해 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깔끔하고 각진 펜션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얀 외장재에 얼룩 하나 없는 맑은 통유리가 더욱 환상 속 건물처럼 느껴졌다.

건물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길잡이 역할인 수현이를 5명이 쪼르르 따라 우리의 숙소로 발을 들였다.
숙소는 예상대로 깔끔하고 모던했다. 복층 펜션인데, 2층엔 매트리스, 이불, 베개가 2개씩 있어 2명은 그 위에서 잘 수 있을 듯 했지만 당일치기로 여행온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애들 노는동안에 쉬기엔 딱 좋겠네! 1층엔 꽤나 미끄러운 복층 계단 옆에 TV가 있었고 그 앞엔 크고 낮은 테이블이, 그 앞엔 푹신하고 기다란 회색 소파가 있었다. 소파의 오른쪽 뒤편엔 자그마한 부엌이 있고 펜션 입구 근처에 화장실이 배치되어있었다. 펜션에 들어가자마자 라더와 공룡이는 2층도 있냐며 후다닥 올라가 구경했고, 수현이는 당연하게도 물 밖에 없는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덕개는 화장실에 먼저 들어갔고 나는 급격히 피곤해져 그대로 소파에 엎드렸다. 소파가 내가 일자로 눕기에 딱 맞는 길이여서 아늑했다. 키 큰놈들은 다리를 굽혀야한다~

6명 모두가 짐을 풀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물론 수현이가 예약한 곳이고, 바닥에 앉을 수 있는 게장 및 회 전문점이었다. 평소 해양생물류를 잘 먹는 나와 공룡이, 라더랑 수현이는 상관이 없었지만 덕개는 회를, 각별은 생으로 먹는 음식 자체를 꺼려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수현이가 그 점도 고려해 생선 구이 백반 등등 날 것이 들어가지않으면서 맛있는 메뉴들도 파는 식당으로 예약했다며 구구절절 설명했다. 내가 한번 감탄해주자 어깨가 으쓱으쓱거리는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간장게장, 백반세트와 모듬 회 작은 접시를 주문하고 막 수다를 떨다보니 음식이 나왔다. 그렇게 배고프다던 수현이가 제일 먼저 회를 날름 집어 간장에 폭 찍고 제 입에 넣었다. 정말 맛있다는듯이 눈이 커지고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치사하게 혼자 먼저먹냐며 웃는 공룡이를 시작으로 하나둘씩젓가락, 또는 게장을 위한 비닐장갑을 집어들었다. 유명한 맛집임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 느긋하게 먹을 수 있었다. 모두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끝냈다. 가벼운 기분으로 식당을 나와 수현이 이끄는곳으로 따라갔다. 5명이 1명을 우르르 뒤쫓아가는 모습이 웃겨보였다.





-
수현이 이끈 곳은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어느 카페였다. 각자 음료를 하나씩 시키고 카페 테라스로 올라갔다. 의자에 1명씩 앉았는데 의자가 부족해 그냥 나머지 한 명은 서 있기로했다. 테라스 울타리에 기댄 한 명은 수현이었다. 수현이 핫초코를 홀짝홀짝 마시며 말했다.

" 여기 뷰 괜찮지 않아? 오션뷰 때문에 여기로 온건데. "

2월임에도 새어나오는 하이얀 입김이 하늘의 구름과 겹쳐보였다. 다들 동의하는 눈치에 수현이 부스스 웃었다.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추운 늦겨울의 바닷바람이 불어와 단체로 오소소 떨었다. 잠뜰은 따뜻한 음료에 손을 갖다대어 얼어버린 손을 데웠다. 챙겨온 목도리를 펜션에 놓고와버려 어깨가 한창 움츠러들던 때 다른 5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다른 색깔이 형형색색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의 성격과 퍽 잘 어울려보인다고 생각한 후 바닷가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제안했다.
우리 그냥 바닷가로 나가서 볼래? 어둑어둑해져서 잘 안보인다.

그렇게 바닷가로 나왔다. 사각사각 밟히는 모래소리가 바다의 느낌을 잘 돋워주었다. 짜고 시린 바닷바람이 얼굴에 부딪혀 머리칼, 목, 어깨 여기저기로 갈라져 감쌌다. 쓸데없이 얇기만한 상의에 생각보다 춥다, 말하고 훌쩍였다. 그 때 공룡이 제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터덜터덜 걸어가더니 길고 단단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왔다.
" 이걸로 이름 쓸 사람~ "

다들 바다를 보기만하거나, 차디찬 바닷바람에 떨고 있어 조용했던 공기에 웃음이 솟아났다.
"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청춘 분위기가 막 난다 야~ "

말은 그리 해도 공룡이 이름을 먼저 적자 하나 둘씩 몰려들었다. 모두 각자의 이름을 적고나니 기다린듯 파도가 거세졌다. 어어, 저거 지워지겠다!
다급한 한 마디에 다들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빨리 적고 사진으로 찍으면 되잖아! 바보들이야? 어이 털린다며 웃은 공룡이 나뭇가지를 회수해 이름 아래 날짜를 적고 그를 감싸는 커다란 고래를 그렸다. 그냥 그리고싶었댄다, 자기 그림실력을 자랑하고싶었던건 아닌지.
고래까지 모두 그리고 나서야 제일 키가 큰 각별이 팔을 길게 뻗어 사진을 찍었다. 급하게 찍어 조금 미숙하게 찍혔지만, 6명의 마음이 급했기에 그런건 상관없었다. 서로 빨개진 코, 뺨, 귀를 가리키며 웃었다.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펜션에 들어가라며 등 떠밀었다. 거의 뛰어가듯 펜션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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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일치기 여행이 끝났다. 나름 애들이랑 잘 놀았는데, 생각해보니 결국 먹고 논 것 밖에 없었다.
재미는 있었으니 된 것 같다,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고.
뭐 그 이후는 평범했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 후 기차역에서 다같이 기차를 타고, 도착역으로 가고.
6명이 다 기차에서 잠들어 도착점을 놓칠뻔하긴 했지만.
각자 헤어지고 집 방향이 같은 애들은 같이가고.
평범하고 평범했던 고등학생 6명의 졸업여행,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 6명이서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떨까. 떠올려보게 만들었던 여행이었다.

Written by. 류키
Drawn by. 맛난 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