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청춘은
라더.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한 나라의 왕으로 삶을 마감한 그의 이름 말이다.
왕자에서 왕으로, 왕이 되어 늙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눈부셨던 청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가 누리지 못하였던 그의 청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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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거기"
누군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난 한나라의 왕자였다. 누가 감히 나에게 초면에 반말로 인사하겠는가
보아하니 마을에 사는 여자아이로 보였다.
"나 말이냐?"
애초에 나에게 반말로 인사할 거란 생각은 안 들어 다른 사람이 있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곳에 있는 건 나와 그 아이 뿐 이였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모두가 나에게 존경 스럽게 대해줬으며, 존댓말을 써주었다.
하지만 초면에 그것도 반말로 날 대하는 이가 있다니...
이곳은 왕국의 사유지임으로 함부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곳 일텐데
경비는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게 아니지, 뭐 하는 얘야
"설마 여기 처음 와보는 거 아니지?"
....
"내가 길은 다 아니까 구경 시켜 줄게 따라와"
나도 처음 와본 곳을 어찌 이 아이는 아는 것이지
뭔가 이상하다는 뇌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어 대는 바람에 이끌려 천천히 뒤 따라갔다.
"시원하니까 너도 들어와~"
눈앞에 보이는 물가 안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가 말하였다.
이런 물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몇 번이고 배웠지만...
감정은 전염된다고,
그 아이의 밝은 미소에 같이 웃으며 물에 들어갔다.
그래 뭐, 시원하긴 하네.
하늘의 구름과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조금 더 즐겨보라는 듯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숲속의 나무들도, 지저귀는 새들도 하나둘, 오래간만의 휴식을 편히 즐기라는 듯,
솔직히, 좋았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 보는 것 또한 처음이다.
그래서 좋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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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철들었던 라더와 그의 영원한 친구 잠뜰의 만남.
이것이 청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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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은 평생의 이별이 아닌 다음 만남을 기원하는 안녕이라고,
안녕을 고하며, 잠뜰이라는 이와 헤어졌다.
집은... 알아서 찾아가겠지.
“왕자님!! 라더 왕자님!!!!"
날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였다.
짐작하건대, 덕개일 것이다.
뭐라고 해야지, 그 만의 특유의 말투가 있다고 해야 하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향해 뒤를 돌았다.
"온종일 어디서 무엇을 하신 거예요! 못 살아 정말"
그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조금은 웃음이 새어 나오려고 했다.
"아니, 뭐 돌아왔으니 된 거 아닌가"
웃음을 꾹참곤,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뻔뻔하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듣는 덕개의 얼굴이 조금은 허탈해 보였다.
아무도 몰래 살짝 웃으며, 성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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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시원한 바람이 살짝씩 불고, 새순이 돋아날 때 쯤.
잠뜰과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그날도 같이 만났었다.
그것도 한순간 이였다.
매일같이 만나던 약속을 깨 트린 채 수도에 올라가게 된 것도 말이다.
편지를 남겼다.
말없이 가게 되어서 미안하고, 내가 한나라의 왕자라는 것을 밝히며, 계속 친우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편지 만을 남긴 채 수도로 왔다.
조금의 쉼표를 기록하며, 조만간 있을 만남을 준비했다.
이것의 그의 청춘. 그가 못다 즐긴 청춘의 일부이다.
Written by. WITH
Drawn by. 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