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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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 길은 꽤 험해서 버스안이 덜컹거렸다. 버스는 마악 바다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라더의 자리에서는 바다가 잘 보였기에 라더는 창밖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바다는 멀리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예뻤다. 수현은 그런 라더를 보며 입을 열었다. 수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더야. 나 · · ·.



 모처럼의 여행이였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학원과 공부로 가득찬 지루하기 짝이없는 일상으로 돌아갈것이니, 신나게 놀기로 마음먹었던 라더였다. 그런데 수년지기 친구의 갑작스러운 말 덕분에 여행은 개뿔, 전혀 즐길수가 없었다. 그런 라더의 마음을 알긴 하는건지, 그런 충격적인 고백을 한 수현의 얼굴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수현아. 아, 라더야 잠깐만. 공룡이가 부른다~    그리고 그렇게 머릿속을 어지럽혀놓은 주제에 수현은 라더를 피하기만 했다. 그렇게 첫째날이 지나고, 둘째날도 지났다.





하루가 끝나기전 잠깐의 자유시간. 수현이 갑자기 꺼낸 말은 사진을 찍자였다. 추억도 남길 겸, 이라고 말하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자자, 다들 모여! 라더야 카메라보고 조금 더 웃고. 덕개야 조금만 옆으로 와봐라... 야! 정공룡! 너 딴짓 하지마! 사진좀 찍자! 각별님 카메라는 여기야... 그래그래. 지금 딱 좋네.

잠뜰은 한참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리다 드디어 만족했는지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타이머를 10초로 설정해놓고 잠뜰은 급하게 뛰어왔다. 찰칵. 사진이 찍히는 소리가 났다.



모두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곧 헤어졌다. 라더와 수현만 빼고.수현은 난간에 기대어 저 멀리를 보고있었고, 라더는 카메라를 보고있었다. 수현아. 너 진짜, 응. 라더야 말해.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는 수현을 바라보며 라더는 조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소리가 떨려왔다. 너, 진짜 죽어? ... 응. 시한부래. 나 시한부래. 그래서 곧 죽는대. 일년도 안남았대. 그래서 그런데...

나. 여행을 떠날거야.

여행? 몸도 안좋다며.

그러니까 가는거야. 내 마지막 여행을.

...

연락 안될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라더는 카메라를 들었다. 파란 하늘과 수현의 밝은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라더는 셔터를 다시 한번 눌렀다.




찰칵.





라더야. 뭐해? 난간에 기대어 풍경을 보던 라더에게 잠뜰이 말을 걸어왔다. 아, 별건 아니고. 옛날 생각 나서. 그럴만도 하지. 우리 딱 십년 전에 여기 여행왔잖아. 라더는 주머니에서 사진 두장을 꺼냈다. 한장은 단체 사진, 한장은 죽은지 5년이 지나서야 소식을 들을 수 있던 수현이의 사진이였다. 라더는 사진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수현아. 여행은 즐거웠니. 살짝 웃으며 응. 이라고 답하는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Written by. 육삼공
Drawn by. 요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