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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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끝났다. 우리의 발목을 붙잡던 그 수능이 끝났다. 허망했고, 아쉬웠다. 12년을 꼬라박은 결과가 이거라니, 짜증도 났다. 나를, 우리를, 수험생들을 조이던 긴장이 탁, 하고 끊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뒤로한체 학교로 갔다. 가자마자 듣는 말이 곧 졸업이란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자축하자는 의미로, 졸업여행으로 바닷가를 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아무래도 좋았다. 겨울이라지만, 드넓게 탁 트인 바다를 보고싶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그리웠다. 고운 입자의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이고,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시원한 바다바람에 눈을 감고 가만히 서있는 그 기분이 그리웠다. 그래서 여러 바다의 얘기를 하다가 결국 가기로 한 곳은 동해안의 한적한 바다였다. 추억을 쌓으러가는 졸업여행인 만큼 추억을 만들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길 바랬기때문에. 또한 가기 전 날부터 두근 거리던 마음은, 결국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버스를 타고 바다로 출발했다. 몇시간을 걸쳐 도착한 바다는 몹시나 아름다웠다. 스트레스가 사라질만큼.. 잠뜰과 라더와 나는 바닷가에 앉아 바다를 구경했다. 공룡과 수현, 덕개는 바다가 저리도 좋은지 직접 발을 담구고서 놀고 있다. 근데 어찌..

"왜 쉬고 있다는 기분이 안들지?"

"왜 쉬고 있다는 기분이 안들지?"

 아, 잠뜰과 동시에 똑같은 말을 꺼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그후에는 잠뜰이 웃었고, 결국 라더까지 같이 웃었다. 그리고선 웃는 우리를 보며 뭐때문에 웃냐고 나머지 셋도 결국 달려나왔다. 그리고선 우리의 설명을 듣자, 함께 웃기 시작했다. 쉬고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래, 호기롭게 여기를 왔다고는 하지만 무언가에 얽매여있는 기분이었다. 쉬어도 쉬는게 아닌, 어떤 무언가에 짓눌린.. 곰곰히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대학' 그래, 그 것이었다. 대학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학에 대한 걱정이 아니더라도, 그냥 잠시동안 쉬어갈 수 있는 쉼표가 필요했다. 고등학생이 된 뒤로 쉰다 라는 개념은 까무룩 잊은지 오래였으니. 다같이 바닷가에서 일어나 모래를 털고 바닷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도로 건너편에 이름이 괴상한 카페가 보인다.
 인휴(人休) 카페라니, 뭐 저런 괴상한 이름이 다있을까. 라며 다들 말했지만 결국 우리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청춘의 끝자락, 고등학교의 졸업여행에서 마주친 그 카페 하나가 우리의 쉼표가 될 줄은.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건 역시나 수현이었다. 우리의 입맛을 줄줄히 읊을수 있는 사람은 수현밖에 없었으니까. 잠뜰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공룡은 민트초코 쿠키 프라페, 덕개는 바나나쉐이크, 라더는 딸기라때, 수현이는 타로버블티를 시켰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경쟁할 상대없이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 이게 휴식이구나 싶었다. 바다는 시험기간에도 갈 수 있지만 이렇게 카페에 앉아 쉬는건 시험기간에는 할 수 없어 오랜만이니까. 그렇지만 아직 시험기간을 잊지는 못했는지, 아니면 입맛이 그것으로 바뀐건지, 음료는 다들 예전과 똑같다.

"여기 분위기 좋다.."

"그러게. 쉬어가기 좋은곳이네."

"얘들아, 그러면 있잖아. 이곳을 우리의 쉼표로 만드는거야. 가끔씩 힘들고 지칠때,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이 카페만은 같이 오는걸로.. 어때?"

"좋은데??"

"그럼 여기는 이제 우리만의 쉼표인걸로!"

우리들의 쉼표가 된 인휴카페, 이 곳만은 영원히 오래오래 남기를 바랐다. 달그락, 거리는 얼음소리가 적막을 채워줄때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서 남은 날은 알바를 하기도, 공부를 하기도 하면서 보냈다. 다들 다같이 간간히 카페에 가는 것도 잊지않고서. 다들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 몇시간이 걸리던 카페였지만, 방학일때, 주말에, 우리는 다같이 카페에 갔다. 마시는 음료수는 역시나 달라지는게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대학교 3학년쯤 될때였나. 그 카페가 사라졌다. 우리에게 생겼던 쉼표가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오직 결말을 내는 마침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쉼표가 사라졌기에 더욱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한다. 무언갈 끝내도 바로 다른 걸 시작하고 있다. 쉬어갈수 없다. 그래 그리고 그때즈음에 우리의 연락은 이미 끊겨있었다. 일부러 안한건 아니었다. 그만큼 바빴고 같이 가던 카페가 사라져서 연락할 이유가 잘 없었다. 그렇게 2년을 보냈다. 일과 공부에 파묻혀서 여유도 시간도 없던 우리는 졸업했다. 졸업때문에 누구 하나 죽일듯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한 졸업이 끝나니 뭐랄까.. 수능이 끝났을때의 그 기분이었다. 허무하지만, 홀가분한. 그래.. 무턱대고 바다여행을 잡았던 그때의 기억이 기분이 되살아났다. 잠시 추억에 젖을때쯤 잠이 오기 시작했다. 졸업을 준비한다고 잠을 잘  못잤기 때문이겠지. 너무나 졸려 잠에 들어서 세상 모르고 곤히 자고있었다. 잠이 든지 얼마나 흘렀을까. 카톡 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오랜만이라며 카톡을 보낸 공룡과 그에 대답하는 다른 아이들 오후 11시면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다 깨어있었다. 여러 얘기를 나누다 수현이 꺼낸

"다들 졸업식 했을 것 같은데 우리 이렇게 다시 연락 된 김에.. 날잡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갔던 그 바닷가 갈래?"

라는 질문에 우리는 모두 찬성했다. 날을 잡고서 바다로 가기로 했다. 쉼표가 사라졌던 우리가, 그 쉼표를 찾으러 간다. 청춘의 끝자락, 쉼표를 찾게 해줬던 그때의 그 바닷가로.

Written by. 예월
Drawn by. 세레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