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야 김각별
뭐.
나와
왜.
여행 가자
미쳤냐?
니 집 앞임
어쩌라고
각별은 그의 집 앞이라는 잠뜰에게 메세지를 보내고는 핸드폰의 전원을 끈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무시하자. 그러면 언젠가는 멈추겠지.
잠뜰로 예상되는 이로부터 끊임없이 오는 카톡으로 인해 진동을 웅웅 울리며 한참을 깜박이던 핸드폰이 갑자기 뚝 멈췄다. 드디어 포기했나 싶어 휴대폰의 화면을 다시 켜보자 잠뜰 뿐만 아니라 공룡과 덕개, 라더, 수현의 카톡들이 수십 개가 와르르 쌓여있었다. 그리고 맨 위에 있는 잠뜰의 카톡은 오직 단 한 마디만 존재했다.
들어간다.
불길하게 깜박대는 전등에 각별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아니지...?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바라본 순간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찍는 소리가 들려왔고 각별은 절망했다.
……………………………………
" 아 싫다고!!!! 왜 나도 가야 하는데!!!! "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묶은 채로 한사이즈는 커 보이는 후드티와 츄리닝 바지 하나만을 입고 있던 각별을 그대로 들고 나온 러더와 수현에 이끌리던 각별이 잠뜰과 공룡, 덕개를 보자 퍼뜩 깨달은 듯이 몸을 버둥거리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 아 옷도 안 주고 냅다 여행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그럴 줄 알고 롱패딩도 가져왔어. "
" 우리 졸업식 날 롤링 페이퍼에 졸업 여행 가기로 적었잖아. 기억 안 난다고 하지 마라. "
아 그거 진심이었어? 라며 얼굴을 찡그린 각별을 본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저럴 줄 알았어...
" 그러면 장난이었겠냐? 이미 표랑 다 예약했어. 몸만 와! "
" 하... 그래서 어디 가는데? "
야 싫다면서 튕기더니 그럴 줄 알았어라며 공룡에게 소곤거리는 덕개를 한번 노려본 각별이 어서 말하라는 듯 발로 땅을 툭툭 찼다.
"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
각별에게 주의를 준 잠뜰이 첫 번째 도착지를 말하자 공룡이 그 설명을 이어갔고 설명이 끝에 다가갈수록 각별의 표정이 애매하고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뒤덮였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의 끝까지 설명하자 그가 손을 들며 말했다.
" 그거, 그동안 우리가 여행 갔던 곳들 아냐? "
" 정답이야! 역시 바로 알아챌 줄 알았어. "
그 말에 대답한 수현이 짐을 담아놓은 캐리어의 손잡이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 이제 우리는 학생이던 때랑은 다르게 매일매일 만날 수도 없고 약속 하나 잡기도 힘들어지겠지. 그러니까 우리 6명만의 청춘은 끝나서 다신 돌아올 수 없잖아. 그래서 보내줄 거면 확실히 보내주자는 의미야. "
" 그러니까 갈 거지, 김각별? "
수현이 말을 마치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공룡과 눈에 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본 각별은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기다려봐. 제대로 짐 챙길게. "
그 말에 라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지었고 덕개는 기다리긴 추우니 자신들도 집 안에 들여보내라고 뻔뻔히 말하였다. 학생이던 그들과 어른이 된 그들을 이어주는 쉼표와 다름없는 졸업 여행이 시작되었다.
Written by. 쪽빛새벽
Drawn by. 보석